진화론6 Ep1. 다윈과 제니 세상에, 인간이 원숭이의 자손이라니! 사실이 아니기를, 만약 사실이라면 널리 알려지지 않기를. 1838년 11월 25일, 영국 런던 동물원에 한 유인원이 도착했다. 밀렵꾼들이 어미를 죽이고 납치한 오랑우탄 새끼였다. 이름은 제니라 불렀다. 제니는 사람처럼 긴 스웨터와 바지를 입었고, 안락의자가 있고 카펫이 깔린 방에서 아기처럼 사육사에게 업혀서 자랐다. 제니는 곧 같은 또래의 오랑우탄 친구인 토미와 함께 동물원의 인기스타가 되었다. 런던 동물원은 돈을 쓸어 담았고, 유명세를 들은 빅토리아 여왕도 사람을 닮은 신기한 생명체를 보러 동물원을 방문했다. 여왕은 스푼을 들고 차를 홀짝이는 제니를 보고 “고통스럽고 불쾌할 정도로 인간과 닮았다.”라고 말하며 언짢은 심기를 드러냈다. 비슷한 시기에 동물원을 어슬렁거.. 2024. 2. 14.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지는 일 심리학자들이 붉은털원숭이 두 마리를 좁은 우리에 가두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험한 적이 있었다. 붉은털원숭이는 낯선 이방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상대로 그들은 처음 보는 상대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고, 비명을 지르거나 털을 부풀리며 서로를 위협했다. 그러나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 원숭이가 숲 속에서 만났다면 서로를 무시한 채 지나가거나, 선제공격을 날리거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애쓸 수도 있다. 싸움을 말리는 친구가 있어 “야, 말리지 마”라고 말하며 마음껏 허세를 부릴 수도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선 다양한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낯선 원숭이를 만난다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좁은 철창에서 서로를 하루종일 마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 2023. 12. 20. 매운 음식이 맛있는 이유 매운 음식이 맛있는 이유 한국인을 마늘의 민족이라고도 한다. 민족 설화부터가 마늘을 먹고 인간으로 태어난 곰이 등장하고, 마늘 빠진 한식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국인들은 다진 마늘을 쏟아부으면서도 향신료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국의 알리오올리오를 보고 기겁을 하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고추, 마늘, 깻잎, 파 모두 향신료다. 너무 당연해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왜 향이 있는 요리를 맛있다고 느낄까. 음식에 후추, 마늘, 고춧가루를 뿌려대는 이유는 뭘까. 맵고 아리고 자극적인 맛은 고통을 유발하기에, 사실은 먹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진화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양념된 음식을 좋아하도록 진화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요리의 필수성 때문.. 2023. 11. 13. 고통스럽고 불쾌한 사람 다윈과 오랑우탄 제니 1837년 11월 25일, 런던 동물원에 한 유인원이 도착했다. 어린 암컷 오랑우탄이었다. 사육사들은 제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제니는 곧 런던 동물원의 인기스타가 되었다. 소문을 들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제니를 보기 위해 동물원을 방문했다. 그리고 수군의 옷을 입은 수컷 침팬지와 드레스를 입은 암컷 오랑우탄을 보았다. 이후 이렇게 말했다. "고통스럽고 불쾌한 사람"이라고. 약 세 달 뒤, 한 청년도 제니를 보았다. 동물학자였던 그도 깜짝 놀랐다. 막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찰스 다윈이었다. 다윈은 한 가지 점만 빼고 여왕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다윈은 인간의 우월성을 확신하는 사람은 모두 유인원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사.. 2023. 11. 1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