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를 보면 각자 맥주병을 하나씩 들고 있습니다. 딱 한 명이 먹을 수 있는 크기죠. 그런데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맥주병은 그보다 더 큽니다. 그래서 여럿이서 나눠 따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음식 문화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서양 요리는 취향에 따라 잘라먹게 통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합니다. 반면 동양의 요리는 여럿이서 집어먹기 좋게 조각조각 잘려 나옵니다. 자연스레 젓가락과 숟가락 문화가 발달하게 됩니다.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인 문화 차이입니다. 동양과 서양은 왜 다른 문화를 가지게 된 것일까요?
흔히 서양을 개인주의 문화, 동양을 공동체 주의 문화라 합니다. 물론 동양과 서양을 무 자르듯이 나누는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서유럽과 동아시아를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사진을 보시죠. 어디가 앞일까요? 당연히 가장 큰 쪽이 앞이겠죠. 그런데 서양인들은 작은 게 앞이라고 합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양인들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문화가 다르기 이전에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는 자기 중심주의가 기본입니다. 당연히 관찰자의 시선 방향에 따라 앞과 뒤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화살표의 방향에 따라 가장 작은 것이 가장 앞에 서 있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로 원근법이라는 문화 차이가 나타납니다.
반면 동양에서 사물은 "~보이다"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자연히 전체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조망하는 역투사법이 발달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 객관적으로 가장 큰 우주선이 가장 앞에 있게 됩니다.
다음 사진입니다. 가운데 있는 사람은 행복할까요, 불행할까요? 동양인들은 가운데 사람이 불행하다고 답합니다. 주변 상황과 맥락을 전부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가운데 사람이 행복하다고 답합니다. 사물 자체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동양과 서양은 기본 세계관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동양인들은 사물을 세계의 일부로 봅니다. 부분은 전체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서양인들은 대상은 세상과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느낍니다. 전체는 개체가 모여 집합을 이룬 것에 불과합니다. 언제든지 흩어질 수 있죠. 결국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부터 차이가 나기에, 문화 차이는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동양인은 사물과 하나가 되어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레 공동체주의가 발달하고, 강력한 왕권이 자리 잡게 됩니다. 동양인들의 강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는 그 결과입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나와 대상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그 관계를 분석합니다. 자연스레 개인주의와 논리적인 사고가 발달합니다.
동양과 서양은 "존재"에 대해 다르게 생각합니다. 동양에서 존재란 끊임없이 변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세상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연 개념과 음양 사상, 윤회 개념이 발달했죠. 또한 고대 중국인들은 일찍부터 중력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밀물과 썰물이 지구와 달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반면 서양인들에게 존재란 고정적인 것(being)입니다. 그래서 대상을 분석하고 쪼개서 이해하고, 활용하고 소유하려 합니다. 고대 그리스 때부터 논리와 진리, 소유와 권리 개념이 발달했고, 상업이 발달합니다.
과학이 발달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Science)의 어원에는 "나누다, 분리하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스 철학에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라는 개념이 일찍 등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반면 동양에서는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장(Field)의 개념이 발달합니다. 서양에서는 양자역학을 발견하고 나서야 장의 개념을 떠올립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습니다.
철학은 어떨까요. 동양에서는 사람들끼리 서로 어울리고 올바르게 살기 위한 윤리와 마음 수양론이 발달합니다. 유교와 불교 모두 부지런한 수행과 실천을 통해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걸 강조합니다. 깨달음을 강조하고, 철학 대신 동양 사상이란 말을 씁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보는 것에 대한 철학, 인식론이 발달합니다. 목적은 진리를 밝혀내 이용하는 것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서구 정신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인간관도 차이가 납니다. 서양에서는 행동이 그 사람의 본질을 설명한다고 봅니다. 개인의 사고방식과 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중국 사자성어에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이 있습니다. 환경과 상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죠. 그래서 동양 문화권에서는 결혼할 때 가정환경과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봅니다.
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인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사과의 촛불 집회가 열렸습니다. 한국 대통령도 유감 성명을 발표했죠. 한국 언론사에선 총을 구하기 쉬운 미국의 환경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반면 미국 언론에서는 범인의 정신적 문제를 주로 다뤘죠. 게다가 필라델피아 신문사(The Philadelphia Inquirer)에서는 한 개인의 문제이니 사과하지 말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언어에서도 상황과 맥락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동양인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감정과 배경, 분위기를 모두 고려합니다. 자연스레 체면과 눈치 문화가 발달합니다. 이를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이라 합니다.
그래서 한국어는 대상의 관계를 설명하는 동사를 중심으로 사용하는 반면, 수와 인칭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따지지 않습니다. 뭉뚱그려 우리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직급과 맞춤법은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합니다. 말의 의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그래서 영어에서는 개체의 이름인 명사가 중심이 되고, 단수와 복수를 자세하게 구별합니다.
표현의 차이에 대해 더 알아볼까요. 언어에서도 서양의 자기 중심성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 한국인은 "사람 살려"라고 합니다.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는 것이죠. 하지만 영어로는 "HELP ME"가 됩니다. 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어떤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명사화하기도 합니다. 친절한 행동은 한 이유는 친절함(kindness)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무례한 이유는 무례함(rudeness)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또 영어는 질문이 긍정문이든 부정문이든 대답하는 자신의 의견을 기준으로 대답합니다. 아니면 무조건 "No"인 것이고, 맞으면 무조건 "Yes"입니다. 반면 한국어는 상대방 시점에서 "예, 아니요"를 구별해 대답합니다.이모티콘도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모티콘의 눈꼬리를 올리고 내려 감정을 표현합니다. 감정을 절제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눈으로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죠.
반면 서양에서는 입꼬리를 올리고 내려 감정을 표현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제가 쉬운 입으로 이모티콘을 표현합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양인은 자신의 감정과 관점을 세상에 투사합니다. 초상화는 사람에만 집중해 크게 그립니다. 끝이 뾰족해 선을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펜을 활용합니다. 아이들에게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서양 아이는 자신에게 보이는 피사체의 정면을 그립니다.
반면 동양인들은 타인의 관점에 따라 관계중심적인 투사를 합니다. 초상화는 멀찍이 떨어져 그립니다. 그림 도구는 끝이 뭉뚝해 농담 표현에 적합한 붓을 사용합니다. 어린이들은 제삼자가 위에서 바라본 듯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래서인지 동양화에는 그림자가 없습니다.
교육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서구의 교육은 개인의 능력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당연히 토론 위주의 말하기 중심 교육이 발달합니다. 언어는 생각의 도구이기 때문에 말을 잘하는 것이 미덕입니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활발하게 자기 의견을 드러내고 논쟁합니다.
반면 동양의 교육은 노력과 태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선생님들은 차분하고 조용한 학습 분위기를 장려합니다. 말이 많거나 주장이 강하면 주의가 산만하고 고집이 세다고 봅니다. 우리말에도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죠. 말로는 복잡한 맥락에 쌓여 있는 진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점심시간엔 어떨까요. 유럽의 직장인들은 메뉴도 자기 것만 시켜 따로 먹고 계산도 각자 합니다. 커피를 마실 때도 요구사항이 까다롭습니다. 좋고 싫은 게 분명합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메뉴를 하나로 통일하거나 나눠 먹는 일이 흔합니다. 커피는 무조건 아메리카노로 통일하고, 번갈아 가며 계산합니다. 어릴 적부터 튀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육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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